민간 소장 자료를 기탁의 방식으로 보관하는 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은 현재 약 40만 점의 기록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기류 기록자료는 대략 3,000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악된 필사본 일기류가 약 1,000종이며, 문집 속에는 대략 2,000종 정도의 일기류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기류 기록자료는 왕조실록이나 중앙의 여타 기록자료와 달리 대부분 각 문중이나 집안 단위로 몇 백 년씩 보관해 오다가 민간 소장 자료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탁되었다.
이와 같은 일기류 기록자료들은 모두 紙類자료들로, 특히 필사본 일기류는 대부분 그 자체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본 자료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자료들은 ‘보존성’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과학적인 보존처리와 수장고의 보호 등이 우선하며, ‘전산화’와 같은 방법들도 보존의 측면에서 함께 수반된다. 다만 이 같은 전산화는 내용을 보존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면서, 동시에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자료 활용을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자료가 기탁되면 소장자료관리시스템을 통해 기초적인 수준의 전산화를 진행한다. 복원 가능한 수준의 고해상도 이미지 촬영을 통해 관리 시스템에 등록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종이자료가 멸실・훼손되어도 그 내용만은 보존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 단계로 진입한다. 이렇게 전산화 된 자료는 제한적이지만 연구자들을 통해 활용되고, 원본은 수장고에 보관함으로써 보존과 활용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체계적이고 연구 자료로서의 활용에 대한 기대는 자료의 특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반영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일기류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은 이러한 이유에서 진행되었다.
일기류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은 일기류 기록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함으로써, 미시사나 생활사 연구의 기반을 확대하고, 지방의 문화적 역량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앞에서도 밝혔던 것처럼 ‘자료의 특수성’과 ‘사용자의 편의성’이라는 두 측면을 고려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이를 위해서 우선 초서로 된 일기류를 텍스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함으로써, 한문 문장은 볼 수 있지만 초서를 해독하지 못하는 연구자들까지 폭넓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폭넓은 검색성은 사용자 편의성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방법론을 기반으로, 일기류가 가지고 있는 몇몇 특수성에 맞추어서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설계하였다.
그 첫 번째 특징은 바로 데이터베이스의 기본 단위를 ‘날짜’에 두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매일의 기록인 일기류 기록자료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고전적 데이터베이스는 그 기본 단위가 유물이다. 책이나 문서의 건수, 또는 목차를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 단위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세부 내용은 주로 데이터베이스의 내용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일기류 데이터베이스는 각 내용이 가지고 있는 날짜들이 최소의 단위 데이터베이스를 형성하도록 설계했다. 책 한권은 이러한 날짜들이 포함된 폴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소 메타 단위가 날짜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가 정보 역시 날짜를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것은 특히 동일한 시간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검색해야 하는 연 구에 있어서 적절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임진왜란이 발생하는1592년 4월의 기록을 단일 일기에 제한되지 않고 모두 검색 가능하며, 여기에 공간 정보와 주제 정보를 추가할 경우 특정 시기, 특정 공간에서 특정 주제로 발생한 일들을 바로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통해 빠르게 검색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데이터 양이 많은 경우 더욱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 특징은 일기가 가지고 있는 내용을 충실한 메타 데이터로 뽑아서 가공한다는 점이다. 시간을 기본 단위로 했다면, 여기에 각 기본 단위가 가지고 있는 공간정보와 기상정보, 인물정보, 주제정보 등을 메타 데이터로 추출했다. 일기류 기록자료의 특성상 매일의 기상정보와 공간정보, 그리고 다양한 주제들이 담겨 있다. 따라서 그에 따라 그 날의 기상과 사건의 공간, 그리고 사건의 주제 등을 뽑았다. 이를 통해 특정 시간대, 특정 공간에서 일어난 특정 사건을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일기류에 최적화된 데이터베이스 아키텍처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단순한 자료 정보화의 전략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자료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새로 설계하고 서비스 포맷 역시 여기에 맞추어 기획하였다. 이를 통해 일기류를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편의성과 검색성을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국학진흥원의 일기류 데이터베이스는 자료의 특성과 사용자의 편의성이라는 두 측면을 고려해서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단순한 전산화의 범주를 넘어 의미 연계관계를 갖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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